마다코왈스킵A

핥는다 2017. 5. 28. 22:56


고단한 서커스의 일이 끝난 때였다. 물론 그의 대장과 대원들은 돈다발더미를 등지고 포커를 칠뿐이었지만 이 많은 달러들을 보살피는 일이란 역시 어마어마했다. 스키퍼는 재킷을 벗어 기지개를 폈다. 그의 옆에서 익숙하게 재킷을 받아든 코왈스키가 옆에 다가붙는다. 대장은 이등병을 불러 시간을 확인하곤 슥 돌아보며 코왈스키에게 눈짓했다. 그리고 부관은 드물게 대장의 눈빛이 의미하는 것을 곰곰이 떠올려보았다. 보통은 어렵지 않게 그 의중을 구분해낼 수 있었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밖을 나가기 전 걷던 발을 멈추어 코왈스키 앞에 선 스키퍼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보타이를 보이며 그가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이 부분을 캐치할 수 있었던 코왈스키는 능숙히 대장의 보타이를 끌러준다. 그의 손에 자신의 붉은 보타이가 들리게 되자 스키퍼는 부관의 손을 꼭 잡으며 손 안으로 움켜쥐어주었다.

 

다시 그가 걸음을 돌려 밖을 향했다. 서커스 안의 수많은 천막을 헤친 그는 단 하나를 앞에 두고 섰다. 프랑스 억양이 뒤섞인 밖은 소란스러웠다. 어느새 이곳까지 찾아온 관리국의 요원들과 서커스 곡예사들의 실랑이가 분명했다. 준비가 되었다는 듯, 스키퍼는 시익 웃으며 까딱 거리는 손으로 부관을 부른다. , 코왈스키. 이제 남은 건 하나 뿐이지!

 

나한테 키스해! 천천히 부드럽게 말이야!”

 

그 명령은 그가 일전에 들어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스키퍼는 간혹 상식을 뛰어넘는 범주의 계획을 진행하길 요구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대장에게 키스를 하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건 곧 그의 대장과 관련된 일에 부관인 그가 대처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코왈스키의 놀란 심장은 봐주지 않고 그의 이성을 때렸다. 유능했던 그는 그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머리까지 그 고동이 들어차는 느낌에 코왈스키는 자신이 어떠한 감정으로 정복당했음을 깨달았다.

 

그들 앞에 있는 융단의 커튼이 확 젖혀졌다.

 

아무런 표현도 없이 서있는 그를 스키퍼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팔을 확 뻗었다. 코왈스키는 다가오는 손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대장은 부관의 셔츠 깃을 잡고 입을 맞춘다. 이질적인 감각은 입술을 간지럽게 감싸며 느릿하고 애타게 오물거렸다. 코왈스키의 눈이 확 뜨였다. 그는 꼬옥 잡은 작은 손을 떼어내지 못하고 부딪친 입을 받아들였다. 그의 머릿속은 멍해져 온 힘을 심장으로 다 몰아낸 것 같았다. 상황을 이해하려 하기도 전까지 머무는 키스는 매우 보드라웠다. 까치발을 선 대장의 발이 결국 땅에 닿으며, 떨어지는 입술은 야릇한 소리로 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마주선 두 입술 사이로 잠시 틈이 생기자 코왈스키는 긴 몸을 숙여 키스를 붙잡았다. 허리를 안아 가깝게 얼굴을 포갠다. 그는 한품에 들어왔고 코왈스키가 얕은 촉감을 입술로 삼켜 버렸다. 대장의 아랫입술에 미끄러지듯 부비며 입안에 들어찼다. 강압적이고 거칠지 않은 키스였지만 그가 명령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몰입해 점점 앞으로 기울여지는 코왈스키를 스키퍼가 느릿하게 밀쳤다. 부관은 쉽게 떨어졌고 코앞에서 보이는 얼굴이 정말로 대장이었음을 확인한 그의 풀린 표정은 바로 긴장한 형태로 돌아왔다. 그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직까지 심장은 뜀박질할 수밖에 없었다. 스키퍼가 소매로 입술을 닦았고 코왈스키의 보타이가 구겨져 있었다. 누가 비비래? 귓가에 장난스럽게 쏘아붙이는 목소리에 숨을 삼켰다.

 

그 두 사람을 본 관리국의 사람들은 입을 뻐끔거리며 얼굴을 구겼다. 그리고 신호를 받은 리코가 서류를 빼돌릴 것이다. 하지만 그들뿐이 아니라 알렉스마저 얼음이 된 채로 눈만 깜빡거렸다. 리코의 손짓을 스키퍼가 확인했다.

 

좋아 성공했군. 저 멍청한 얼굴들을 보라고.”

 

그 얼굴들을 보기는커녕 코왈스키는 스스로가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했다. 그는 아직도 심박수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입술은 아쉬운 감각만이 남았다. 그가 꾹 문다.

 

그들이 아무런 수확도 없이 떠난 뒤 서커스는 다시 기분 좋은 활기로 가득했다. 새 단장이 될 젊은이는 충격에 비틀거리고 기대다 종이파티션을 모조리 찢어먹었지만 아주 평화로웠다. 스키퍼는 웃으며 다가와 아직 굳은 듯이 서 있는 코왈스키를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역시 그의 웃음을 지어준다. 언제 그런 작전을……. 스키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부관의 보타이에 손을 댔다. 붉은 색 리본은 그의 목을 떠난다. 별로 오래되진 않았네. 코왈스키의 눈이 동그래지고 박동은 다시 들썩이고 있었다. 대장은 그 타이를 손에 들고 발걸음을 돌렸다. 곧 코왈스키는 따라가기 위해 발을 떼었다. 그전에 그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손 안에 있는 보타이에 살짝 입을 맞추어본다.






소재는 구누님과 사랑해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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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판다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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