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에 지친 과학자는 언제나 사탕을 물고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물고기모양 젤리와 알사탕이 든 유리병은 종종 부엌선반에서 그의 실험실로 옮겨지곤 했다. 다른 대원과 대장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의 새 실험과 발명이 시작 될 때마다 유리병은 가득 채워졌다. 그때마다 막내는 가득한 사탕들에 무척 기뻐했고 사실 그럴 필요가 없게도 사탕의 지분은 대부분 과학자가 가져갔다. 대장이 이것을 제지하지 않는 데에는 그가 밤에 몰래 실험실에 들어가곤 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의 스키퍼가 사탕과 같은 막내의 영역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게 또 그랬다. 근래에 들어서 코왈스키는 적외선청어토스트기와 사투를 벌이느라 며칠 동안을 계속 실험실에 박혀있었다. 때문에 손이 닿는 곳에 늘 놓였던 사탕들은 어느새 사라져 그는 피곤을 달래주는 달콤함을 맛볼 수 없었다. 그 며칠간 밤을 새며 단 것이 없어진 만큼 코왈스키는 힘이 빠져 그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이나 처참했다.
스스로도 무척이나 지쳐있다는 걸 체감한 과학자는 잠시 방을 나와 소파에 주저앉듯 앉았다. 벌써 시간은 밤보다 새벽에 가까웠고 그는 비실거리는 아침에 대장의 추궁을 받지 않으려면 잠에 들어야 했다. 코왈스키는 마른 입맛을 다셨다. 그리운 단 것들을 생각해도 침은 삼켜지지 않는다. 역시, 한 박스를 사두고 실험실로 빼돌려야 했어. 달콤한 과일 맛이 나는 것으로…. 버터 맛 캔디까지 상상을 마친 과학자는 조금이나마 기분이 전환되길 바랐다. 피곤한 몸은 잠을 한숨이라도 잔다면 괜찮아질 것 같지만 피곤한 마음은 그래주지 않을 것이다. 그는 순식간에 사탕이 간절히 그리워졌다. 지금 물고기모양의 젤리를 먹을 수 있다면 세 시간은 더 살아있을 것이다. 그래, 땅콩버터 윙키도 상관이 없겠다. 코왈스키는 소파에 길게 누워버렸다. 다리를 뻗으니 소파의 밖으로 튀어나온다. 거치적거리는 자세였지만 그곳에까지 신경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내쉰다. 몇 번 깊게 심호흡하지만 내면의 편안함은커녕 속이 따끔거려온다. 코왈스키는 짜증이 걸린 눈을 떴다. 그러자 바로 앞에 스키퍼가 있다. 그는 피곤에 절은 환영이 사라지길 바라며 눈을 계속 깜빡거렸다.
“자네 왜 밖에서 자고 있나?”
코왈스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벌떡 일어났다. 그는 눈앞의 대장이 상상이 아니었음에 놀라 혀를 깨물었다. 순식간에 윽 소리가 나온 입을 감싸 쥐고 코왈스키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말캉한 젤리를 먹길 간절히 원했지만 자신의 혀를 씹을 정도는 아니었다. 대장이 코왈스키의 자세에 맞추어 허리를 굽힌다. 얼굴을 맞대고 괜찮은지를 묻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제 과학자는 아픈 혀를 둘째 치고 왜 이 시간까지 나와 있는지 변명을 생각해야 했다. 그가 허둥지둥한 눈을 마주치길 피하면서 말을 더듬어댔다. 대장이 콧방귀를 뀌었다. 자네가 요즘 뭐 그, 토스터기 그래, 그거에 빠져서 고생하는 건 알고 있네. 그게 또 터지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아니었군.
“네?”
코왈스키는 그제야 대장을 보았다. 그가 혀를 찬다. 자네 몸을 챙기라고. 그거, 꼭 만들고 싶은 모양인데 그래도 쉬면서 하게. 과학자가 대답을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혀가 아픈 것도 잠시 잊었다. 대장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선심을 쓰기 위해 허리를 쫙 폈다.
“뭐, 필요한 거라도 있나?”
아…. 코왈스키는 아직까지 얼떨떨한 표정으로 눈을 대굴 굴렸다. 머리를 긁적이다 멋쩍은 듯 입을 연다. 단 게 조금 필요합니다. 힘을 낼 때 도움이 되거든요. 대장은 픽 웃었다. 그래? 그리고 그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숙이고 코왈스키를 코앞에서 마주본다. 긴장해 있는 코왈스키가 눈을 겨우 깜빡이자 과학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바로 떨어진다. 굳어버린 코왈스키를 보다 시익 웃으며 그가 뒤돌아서 침실로 걸었다. 청어토스트기? 기대하고 있네.
방문이 닫히고 코왈스키는 다시 입을 감쌌다. 머리까지 심장소리가 올라온 그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혀를 깨문 것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달콤해 기분이 아릿하다. 저린 마음도 그저 간질간질 해져서 다시 소파에 쓰러졌다. 아, 어떻게 아셨을까. 코왈스키는 본인이 대장의 취향을 파악한 것보다 대장이 그를 간파하기 쉬웠다는 걸 알지 못했다. 마치 숨겨둔 선물을 들킨 기분이다. 그리고 그는 침을 삼킨다. 닿았던 입술을 핥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