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를 위해 준비된 작전과 이리저리 복잡한 말들을 늘여놓길 이제 막 20분을 지나고 있던 참이었다. 애꿎게 의자의 높이를 가만두지 않는 인상은 기대했던 대로 끔찍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저 기고만장한 태도의 남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괴롭히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는 걸 비밀요원은 금세 눈치 채고 입 꼬리를 시익 올렸더랬다. 그가 말하길 좋아하는 부하의 입이 떨어지는 꼴을 3분 이상은 지켜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자세는 근사한 목소리로 여유롭게 설명을 진행 중인 비밀요원을 향하고 있지만 시선은 벽에 얌전히 있는 제트팩에 가있다.그는 아마 지금이라도 이런 좀이 쑤시는 발표를 틀어막고, 제트팩과 함께 공중 데이트를 하러 책상 자리를 박차고 싶어 할 것이었다. 그런 군인이 당장에 그 화끈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건 지금 비밀요원의 입으로 계속해서 들먹여지는 프로란 단어 덕분이 컸다. 우습게 이 의미 없는 설명을 치장하기 위해 사용된 사전적인 글자들은 아직까지도 그의 엉덩이를 붙이고 있게 만들어 주었다. 분명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 뻔한 말들이 군인의 금덩이 같은 자존심을 쥐고 있었을 것이다.
비밀요원은 그가 곧 일어나 지겨운 작전 발표를 멈추게 하는 대로 역시 프로답지 못하다는 예쁜 말을 건네며 생채기를 내줄 준비가 끝나 있었다. 이제 느긋하게 젓던 차를 내려놓고 그의 얼굴 바로 앞에서 마지막으로 첨단 기술들의 약자를 속삭여주면 완벽했다. 상체를 기울여 눈높이를 가늠하고 비밀요원이 제법 신사적이게 웃었다. 하지만 그가 즐겁게 알파벳을 뱉는 입에는 손이 닿는다. 타인의 살을 접촉한 입술은 굳어 동그래진 눈으로 앞의 작은 남자와 마주쳤다. 경우 없이 당황한 발표자를 찌푸린 미간으로 응대하며 불편한 입매를 씰룩인다.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는 그의 손가락이 비밀요원의 입술에 내려앉아 곧 아무런 소리 없이 둘은 시선을 맞추었다. 그 고요해진 시간에 비밀요원은 부드럽게 닿는 이 오묘한 기분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했다. 아직까지도 군인의 손은 그의 말을 막고 있었고 덕분인지 더 가까워진 얼굴에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좋군.”
그는 이제야 만족스럽다는 것처럼 차분히 웃음 지었다. 그리고 어쩐지 비밀요원의 속에서 간지러운 박동이 울려댔다. 화악하고 그의 귀 끝에도 혈색이 퍼져 눈앞까지 장밋빛이라도 펼쳐진 것만 같다. 군인은 입을 꾹 다물어버린 비밀요원을 확인하고서 손을 떼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경쾌한 걸음으로 제트팩을 반긴다. 잠시 뒤에 기지의 비품이 도난당할지 모른다는 걸 아는데도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고작 그 손가락과의 입맞춤에 이정도로 만치 예민해지는 사실이 또 민망했다. 비밀요원은 자신의 입술을 살그머니 매만지고 있었단 걸 깨닫고 내려놓았던 차를 들이켰다. 더 뜨거워진 목을 겨우 가다듬고 제트팩을 어루만지며 들떠있을 군인을 찾았다.
“뭘 그렇게 불쾌해 하나?”
벌써 제트팩을 메고서 퉁명스러운 말을 하는 그는 열심히 버튼을 괴롭히고 있다. 비밀요원의 간질거리던 기분이 푹 가라앉았다. 눈을 살짝 찌푸리고 못 이기겠단 걸음으로 그의 앞에 선다. 한 번 뜨지도 못하고 곧 작은 남자의 손 안에서 평생의 임무를 마감할 것 같은 제트팩이 불쌍해져 입을 열었다.
“봐봐, 이건 그렇게 하는 게 아냐.”
아무거나 꾹꾹 누르면 망가진다고, 내가 켜줄 테니 조금 기다렸다가……. 안타깝게도 비밀요원의 입술만큼 예민했던 제트팩은 작동램프가 빛을 냈어도 움직이지 못했다. 실망을 느낀 군인은 미간을 좁히고 조종스틱을 이리저리 당겨댄다. 그 손이 매서웠는지 미세한 기계음이 나고 그렇게 원하던 그의 발이 떨어졌다. 고작 제자리에서 뛰는 높이 정도의 거리였지만 비밀요원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야 바로 앞에는 좀 더 깊은 눈동자가 보인다. 아주 저조한 화력으로 처음만큼만 띄워진 그의 몸은 비밀요원보다 조금 낮았다. 서로 몇 번이나 번갈아가며 눈을 꿈뻑거린 뒤에야, 고개를 살짝 숙였던 비밀요원의 입에 또다시 상대가 닿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주한 그 눈에 어지러운 박동이 종소리 처럼 퍼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밀요원에게만 그런 것이 아녔다. 그 당황한 군인의 입에도 보드랍고 무른 것이 느껴져 얼굴에 열이 오른다. 더욱 근사한 것은 고장 난 제트팩으로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엔 그의 조종은 무척 서툴렀다. 닿지 않는 발을 애써 동동 굴리며 떨어지려는 그는 가만 굳어있는 비밀요원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창피했다. 스틱을 쥐던 손으로 비밀요원의 팔을 밀쳐 거리를 벌리려 할 때 그의 고개가 큰 손에 잡혀졌다. 조금 떨어졌다 싶던 입이 확 달려든다. 메고 있던 제트팩이 단명해 바닥에 겨우 발을 디디니 얼떨떨한 이 사이로 엉겨대던 혀와 힘이 들어간 입술이 듣기에 부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비밀요원은 그제야 순간적인 상상이 아니었다고 깨달을 수 있었다. 머릿속에 울리던 종이 등 뒤로 떨어져 내리는 걸 느꼈다. 돌아서서 재빨리 자리를 피하며 손으로 시야를 가리자 옷자락이 어느 작고 거친 손에 잡혀진다. 뒤를 바라보면 토마토가 되어버린 군인이 파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뻐끔댔다.
“우리도 뽀….”
“아직은 타이밍이 아닌 것 같네.”
“어, 응? 그, 그렇지. 우린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안에 들어가는 거 말하는 거야.”
문에 난 조그마한 창으로 리더들의 밀회와 같은 회의진행을 본 둘은 이지적인 대원답게 벽으로 비켜섰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날 때까지도 그렇게 기다려야 할 거란 건 알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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