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2인실의 막내와 리코는 템스강과 런던 아이를 구경하기 위해 일찍이 1층의 식당에서 음식을 해치웠다고 했다. 비밀 요원이 잡아준 호텔의 유일한 남은 방이었던 스위트룸은 더블베드였다. 그리고 그 스위트룸은 지금 코왈스키와 스키퍼의 방이었다. 싱글베드가 두 개있는 2인실로 결정한 리코는 잠꼬대가 심하고 막내 또한 편히 잠들기를 원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가장 좋았던 사람은 코왈스키였다. 그는 그의 스키퍼가 아직까지 침대에 누워 얼굴을 이불로 반쯤 가린 채 자주 볼 수 없는 눈웃음으로 반기는 것이 행복했다. 물론 그 비밀요원이라는 녀석이 키를 자신에게 건네며 스키퍼를 맡긴다는 듯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걸 보긴 했지만 코웃음 거리였다. 누굴 누구한테 맡겨. 그리고 그 방과 침대가 여간 편하지 않은 듯 대장은 아직까지 넓은 침대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그래도 룸서비스의 식사는 벌써 아침이 아닌 브런치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일으켜야 했다. 스키퍼는 코왈스키의 재촉에 침대 밖으로 다리를 뻗으며 기지개를 핀다. 그리곤 그 아래에 객실용 슬리퍼 한 짝과 여성용 단화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 장난스러움이 가득했다. 그가 모른 척 욕실로 들어갔다.
그 신발은 분명 어젯밤 자신이 이 침대에 누워있을 때도 알던 것이었다. 샤워가운만 입고 있던 코왈스키는 간접조명만 켜진 방으로 와인과 룸서비스를 들였었다. 방으로 들어와 달란 말을 잘 못 해석한 메이드 아가씨가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그가 다시 샤워실로 들어간 새에 놓고 간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 신발은 어쩐지 자신의 신발사이즈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문을 닫으며 코왈스키를 미남오빠라고 애교있는 목소리로 불렀다. 스키퍼가 셔츠의 단추를 잠근 뒤 깔끔하게 넥타이를 매었다. 그 말은 곧 코왈스키를 불러 자신의 넥타이를 내밀었다는 뜻이었다. 스키퍼는 고개를 살짝 들며 윤이 나는 검은 구두에 대해 물었다.
“자네 내가 깜빡 잠든 새에 여자라도 들였나보지?”
“메이드가 오긴 했습니다. 와인을 원하시던 분이 그렇게 일찍 주무실 줄 몰랐어요.”
말을 돌리며 그의 장단에 맞춰주지 않는 게 더욱 스키퍼의 장난을 북돋았다. 마른 손가락이 그의 넥타이에서 사라지자 그가 시익 웃었다. 다시 테이블로 가는 코왈스키를 확인하며 스키퍼는 슬리퍼를 휙휙 벗어 던졌다. 그는 근사한 넝쿨이 수놓이고 융단으로 갈무리 된 가운을 입은 뒤 검은 양말을 올려 신었다. 잘 하지 않던 브레이스도 클래식정장을 선호하는 코왈스키를 위해 매고서 드디어 그 검은 구두 안으로 발을 넣었다. 조금 작은 듯했던 신발이 우습게도 두 발에 딱 맞는다. 스키퍼는 붉은 융단의 쿠션이 있는 스툴에 한 발을 얌전히 올려놓곤 손으로 다리를 쓸었다. 다른 한 손은 사분히 그의 허리를 짚었다. 그가 노래하듯 입을 연다.
“오, 키 큰 미남오빠. 이 구두가 내 발에 꼭 맞는 걸 보니 오늘 밤 우리 함께 보내는 게 맞는 거겠죠? 즐거운 시간을-.”
코왈스키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다 픽 웃었다. 그리곤 고개를 숙이곤 큭큭 웃음이 나오는 목을 가다듬어 헛기침을 한다. 그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고 다가가 스키퍼를 한 품에 안아들었다. 몸이 기울어져 코왈스키에게 안긴 스키퍼가 그의 목을 끌어안더니 조숙하지 못한 아가씨처럼 소리를 질렀다. 오늘 밤이 아니라 한낮이어도 좋아요! 코왈스키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웃었다. 그의 눈도 휘게 접혀져 곧 웃느라 안고 있는 팔을 놓칠 것만 같았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스키퍼는 힘을 주어 단단한 팔로 코왈스키의 목을 꽉 감았다.
“귀여운 아가씨의 말을 무시하다니, 자넨 신사는 아니야.”
“제 귀여운 아가씨는 아침을 잘 챙겨 드신답니다. 그리고 팔로 제 목을 조르지도 않고요.”
코왈스키의 귀여운 아가씨가 되고 싶었는지 스키퍼는 얌전히 안긴 채로 구두가 신겨진 발을 휘적거렸다. 코왈스키는 그를 테이블 앞에 모셔두고 의자를 빼주었다. 신사답게 웃는다. 그 얼굴에 킥킥 거리던 스키퍼가 아침을 보고 투정을 부렸다. 영국호텔에서 식사로 룸서비스를 불렀단 말이야? 여기 주방장이 이탈리안이라고 에바가 그러더군요. 스키퍼는 포크를 달걀에 가져다 대다 눈을 찌푸렸다. 그 표정이 방금 나왔던 이름 때문이란 걸 알기에 코왈스키는 웃었다.
“이번에는 인텔리 아가씨가 되어주실 겁니까?”
'핥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스킵 아침 (0) | 2016.12.30 |
---|---|
한스스킵 참회의 수요일 (0) | 2016.12.12 |
알동스킵프라 이틀 뒤 (0) | 2016.01.01 |
프라스킵 26일 밤 (0) | 2016.01.01 |
알렉스킵 Shake Shack (0) | 2015.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