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전력 2015. 12. 12. 22:27


구슬이 카지노의 게임판을 굴러간다. 조마조마한 숨소리들은 구슬이 멈출 자리를 눈대중하고 베르사유의 왕 옆을 채운 아가씨들이 한껏 콧소리를 내며 아양을 부렸다. 어느 얼굴은 이미 술을 잔뜩 들이켠 채 벌게진 상태로도 눈앞의 게임에 고개를 뺀다. 작은 보석을 흉내 내는 동그란 유리 렌즈가 스키퍼의 눈이 되었다. 상황을 판단하던 그는 화면에서 시선을 치우고 옆의 부관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그 표정의 의미를 알았는지 코왈스키는 얌전한 얼굴로 작게 미소 지었다.. 이내 이어마이크를 톡톡 두드리던 손을 내리고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전부 걸어.”
 
그의 쌓인 칩들이 테이블을 가로질렀다. 그는 뒷짐을 진 채 코왈스키 쪽으로 몇 걸음을 옮겨 다가갔다.
 
“다시 한 번 구슬을 굴리고, 그 히피들을 태운 뒤 멋지게 뉴욕으로 돌아간다.”
“A380 여객기도 살 수 있습니까?”
“금을 사야지, baby.”
“Sir, 금을 실은 비행기는 날지 못할 것 같습니다.”
“코왈스키 우리는 부자가 될 거야, 우리에게 물리법칙은 적용되지 않아.”
 
그의 머릿속에선 금으로 도금한 비행기가 벌써 이륙하고 있었다. 그의 오른편엔 충실한 코왈스키, 뒤엔 두 대원들. 그리고 그의 왼편에는……. 그의 차례가 다시 돌아왔다. 그의 뒤편에 있는 컴퓨터의 화면엔 수많은 코드와 확률이 계산되었고 때는 다가오고 있었다. 코왈스키는 스키퍼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키퍼가 초록색 유리알이 비추고 있을 화면에 집중했다. 코왈스키는 한 쪽으로 비켜서서 정말로 도금된 비행이가 금을 가득 싣고서도 날 수 있을지 계산기를 아직 두드렸다. 스키퍼가 베르사유의 왕에겐 보이지 않을 손짓으로 손바닥을 확 올렸다.
 
“굴려.”
“알겠습니다.”
 
손가락이란 암호명을 가진 메이슨이 그의 엄지손을 치켜들었다. 왼편에는 폭탄머리가. 스키퍼는 입꼬리를 올리며 흡족하게 웃음지었다. 뉴욕에 도착했을 때 그 녀석이 고맙다며 뺨에 키스라도 해주면 어쩐다, 스키퍼의 입에서 피식 거리는 숨이 새어 나왔다. 어깨가 들썩거리는 것으로 보아 그의 대장께선 도금된 비행기가 벌써 마음에 드시는가 보다고 코왈스키는 생각했다.










마다가스카3 배경으로 알렉스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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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판다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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