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킵 아침
비번을 주말로 두는 것은 보통에 따라선 현명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연인이 휴일에만 편히 눈을 붙일 수 있다는 데에는 그의 선택이 무의미했다. 나이젤은 그렇게 곤하게 잠이 든 연인을 쓰다듬는다. 함께 휴식을 즐기는 오늘을 생각하니 마냥 행복했다. 그의 손가락이 스키퍼의 눈가를 스치고 흐트러진 머리칼을 매만졌다. 그 손길에 잠이 깨어 스키퍼는 가만히 졸음이 묻은 눈을 떴다. 어제의 아침이라면 그 눈을 비비고 찬 기운이 있는 슬리퍼를 끌며 욕실로 들어갔을 연인이었다. 오늘의 그는 유난히 새하얀 이불 속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한다. 아마 전날 밤의 무리가 그를 침대에 붙드는 모양이다. 스키퍼의 마른 입안에서는 잠꼬대 같은 목소리가 굴려졌다. 들어보니 시간을 묻고 있다. 나이젤이 다시 그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뺨에 입을 맞추었다. 8시인데, 오늘은 푹 쉬지 그러나. 그 속삭임에도 스키퍼는 기상시간을 웅얼거리면서 부스스 일어나 앉는다.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눈을 문지르고 있다. 연인의 모습에 웃으며 그 머리를 커다란 손으로 헝클어뜨렸다. 그리고 나이젤은 먼저 욕실로 들어간다.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말리며 다시 침실로 들어왔을 때였다. 먹고 싶은 아침메뉴를 물으려보니 스키퍼가 아까의 앉은 자세 그대로 고개를 꾸벅 거리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이젤의 입가에 행복한 호선이 그려졌다. 녹색 눈에는 연인을 담고 있어 조카가 보았더라면 무지개 빛깔이라고 얘기를 했을 것이다. 그는 살며시 다가가 뺨을 어루만졌다. 그러지 말고 누워서 자지 않겠냐는 말을 도닥인다.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스키퍼의 머리가 인사하는 것을 멈추었다. 뺨을 만지는 나이젤의 손을 감싸고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입 속에서 선명하지 못한 단어들이 잠을 비집고 나왔다. 일어날 시간인데……. 나이젤은 픽 하는 웃음을 냈다. 좀 더 자도 괜찮다는 말을 두고 여전히 앉아서 꾸벅일 연인이 보였다. 그 귀여운 모습에 한참 작은 어깨를 잡고 즐거운 입술로 연인의 중얼거리는 입을 눌러 포갠다. 그 사이로 쪽쪽, 하는 간지럽고 기분 좋은 소리가 스며든다. 손으로는 등을 받치며 조심히 연인을 눕혔다. 어느새 베개에 머리를 폭 대고 몽롱한 눈을 깜빡이는 스키퍼가 그의 아래에 있었다. 나이젤은 사랑이 담긴 입술을 떼어 그의 이마에 키스했다.
“앉아서 그러면 더 피곤해. 30분만 더 자게.”
깨워줄 테니까. 상냥하게 미소한다. 그의 손이 이불을 끌어와 스키퍼의 위로 포근히 덮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하얗고 몽실한 졸음에 빠진 스키퍼는 꿈속으로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