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촛불

판다멍 2016. 11. 20. 03:01

 

뜨겁고 여리다. 주르륵 흘러내리며 단단한 밑에 고였다. 대장은 숨을 흡 하고 들이키며 시선을 가만 두질 못했다.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것이 누구의 눈에든 위태로워 보였지만 지금 그것을 지키고 있는 것은 코왈스키 뿐이었다. 그의 기다랗고 가는 손이 좀 더 가까이 대며 스키퍼의 깨물리는 입술을 만든다. 잠든 숨소리만이 기지를 채운 곳에서 두 사람은 아주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스키퍼가 더 견디지 못하고 애처로운 눈으로 부관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다짐이라도 받아냈던 듯 고개를 저었다. 이번만은 저도 참을 수 없습니다. 기다림에 지쳤던 그의 미간은 단호하게 스키퍼를 훑었다. 대장이 아주 드물게 손끝과 눈썹을 파르르 떨던 순간이었다. 그 눈빛을 보자 마음이 동했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코왈스키는 가련하고 가여운 탈을 쓴 모습에 또 넘어가지 않으리라 이 밤을 벼르고 별렀다. 대장은 곧 앓는 소리라도 낼 것처럼 입을 벌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기고양이가 우는 것 마냥 가느다랗게 긴 이름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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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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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오늘은……. 심지어 그 예쁜 눈썹을 휘며 눈망울까지 글썽인다. 그를 재우지 못하는 코왈스키는 바싹 마른입 안을 다셨다. 대장의 표정에 눈을 꾹 감더니 손을 뻗어 눈앞의 어깨를 감싼다. 제대로, 저를 제대로 만족시키신다면 말이죠. 스키퍼는 고개를 올려다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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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으로 끝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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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하다는 듯 가물거리는 빛 속에서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속눈썹이 아래를 향한다. 코왈스키는 자신의 자비에 만족한 듯 스키퍼를 재촉했다. 그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 곧 스키퍼의 아랫입술이 비죽 나오고 코에 주름이 잡힌다. 눈은 그렁그렁하다. 어떻게 자신의 애달픈 모습을 보고도 그렇게 나올 수 있냐는 듯 원망어린 시선을 보였다.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지만 결코 그냥 보낼 수 없는 밤이었다. 대장의 저 표정에 놓친 기회가 대장이 쪼개어 버린 몰캉이의 수보다 많았다. 코왈스키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이러다 날이 밝을 겁니다, 어서. 부관의 명령조에 스키퍼가 울 것 같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손을 움직였다. 찬 공기에 뜨거운 기운은 멀리 퍼지지 않았다. 흘러내리고 고였던 것은 어느새 굳어버렸다. 아직 더운 몸을 살랑거린다.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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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안 돼, 코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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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은 비명을 질렀다. 그가 코왈스키를 밀치고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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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없습니다! 정말이지 오늘 안으로 이 서류들을 마감하셔야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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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소란에 붉게 살랑이던 뜨거운 빛이 꺼졌다. 코왈스키가 성냥을 가져와 다시 촛불을 킨다. 가늘고 아슬아슬하게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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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불도 나간 마당에 왜 촛불까지 켜가며 이래야 하나!”

대장님께서 미루셨잖아요, 아무리 정전이래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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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퍼는 우는 표정을 지으면서 책상위로 엎어졌다. 한숨을 쉬던 코왈스키의 손이 대장의 어깨를 감싸고 내려와 손을 그러쥔다. 커다랗고 마른 손 안에 펜을 쥔 동그란 손이 들어왔다. 잘 잡힌 스키퍼의 어깨는 어느새 쳐져있고 목 근육이 뻐근했다. 코왈스키가 여전히 서류더미로 코를 박은 대장에게 가까이 몸을 숙였다. 스키퍼는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범벅된 눈으로 부관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둘의 얼굴이 가깝다. 눈을 깜빡이다 입술을 가만히 맞추며 대장이 조른다. 코왈스키는 그 뇌물을 받아들였다. 매수에 성공했음을 안 스키퍼는 시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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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촛불이 켜져 있을 때까지요.”

그래, 서류?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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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부관의 목을 감싸 안았다. 여전이 붉고 더운 빛이 하늘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