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달콤했다. 그 무엇으로 불려도 좋았다. 너와 좀 더 많은 시간을 겪고 싶단 걸 알았을 땐 네 소원을 들어주고 싶단 말로는 부족했다. 그게 잘못되었단 걸 조금 늦게 깨달았다. 너의 소원이 아니라 나의 소원이라고 얘기해야 했다. 너는 충분히 많은 애정에 감싸져 있어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을 테니까. 함께 정식요원으로 활동해보지 않겠냐고 부탁으로 말을 할 걸. 나는 하필이면 그렇게 멀리 날아가 버릴 수 있는 걸 네게 주었다. 나를 단 한 이름으로 못박아놓고 너는 떠났다. 너와의 일을 알고 있는 이들은 나를 그 방식으로 부른다. 혹은 누군가가 그 끝에 –요원이라고만 해도 그건 하고많은 널린 호칭이 아니라 나만의 이름 같았다. 확실히 말하자면 누가 나를 불러도 네 생각만 났다는 뜻이다. 네게 좀 더 제대로 내 소개를 해야 했을까. 그럼 이 간지럽고 속삭이는 듯 하는 단어로 날 말하는 너를 떠올리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내 진짜 이름을 알려주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럼 마치 연인 같겠지. 아니 이젠 본래 이름도 중요하지 않다. 나를 그렇게 부른 건 너 뿐이었으니까. 아무리 치를 떨고 화를 내어도 뻔뻔하게 웃으며 벙긋이 입모양을 냈다. 너는 울상을 짓고 자부심을 포기하며 네 소중한 막내를 구하고자 했을 때도 못된 나에게 그 단어를 썼다. 왜 그랬을까. 괜한 심술일지도 몰랐다. 첫 만남에 뽐내는 것처럼 날 숨기며 일반적인 호칭으로만 나를 표현한 것, 너의 긍지를 무너뜨리며 우스운 꼴로 만들었던, 모든 것이 정말 심술인 것이다. 너에게 못되게 굴었다. 사과를 하지 않아도 너는 나를 조심스러운 말로 기억해줄 것이고 사과를 했어도 우리의 만남은 기약되지 않았을 테다. 네 머리 좋은 오른팔이 부디 제트팩의 공급원을 알아내지 않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 조금 두근거린다. 네가 공기를 가르는 그 맛을 맘껏 느껴주었으면. 그만큼 나를 떠올리고 그리워했으면. 다시 한 번 나를 찾아와 너의 목소리로 그 단어를 말해주길 원하고 있다. 나는 오직 그 호칭으로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이름이야 아무래도 좋다. 나는 그야 너만의 비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