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촉촉한 시트를 만들기 위한 머랭에 사랑을 담은 묘약 한 스푼. 곧 그의 달링은 케이크의 크림만큼 부드럽게 그를 끌어안으며 속삭일 것이다. TV를 뚫어져라 쳐다본 채 어서 이곳에 나가고 싶어 골머리를 썩는 달링을 바라보며 한스는 웃었다. 그의 거품기는 약물이 계란 흰자와 함께 섞이는 걸 돕느라 열심히 돌려지고 있었다. 한스의 단단한 팔이 그 거품기로 솜씨 좋게 반죽을 치댔다. 마치 그가 오늘 오전부터 그의 달링에게 능숙하게 협박을 겸한 작업을 걸었던 것만큼 치대었다. 그래도 그의 사랑스런 스키퍼는 그가 주는 케이크라면 씰룩이는 입으로도 맛있게 먹어줄 것이었다.
오븐에서 보드라운 쉬폰이 꺼내졌다. 한스는 한 김 식히기 위해 고개를 빼 스키퍼를 보았다. 호보컨의 집에 초대되어 툴툴거리는 그는 괜히 카푸치노의 계피 가루에 트집을 잡고 있었다. 이거 싸구려 계피 같군. 맛좋은 커피에는 차마 뭐라 할 수 없었던 그가 악당의 눈에도 보여 한스는 싱긋 미소했다.
“오, 스키퍼. 커피를 미리 동내고 있진 말라고. 곧 완성 되어가니까.”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다짜고짜 오늘 오후 점심식사를 같이 하지 않으면 또다시 냉동광선총의 맛을 보게 될 거란 사이코의 말 치고는 행복이 가득한 어조였다. 점심을 끝낸 지는 벌써 두 시간이 지나고 있었는데도 맛난 케이크를 직접 대접할 테니 잠시만 기다리란 소리에 스키퍼는 소파에서 엉덩이를 떼지 못했다. 확실히 그의 손맛은 뛰어났고 그 손으로 달콤한 디저트를 맛보는 게 스키퍼는 그립기도 했다. 한스도 그걸 알고 있었다. 달콤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피어올랐다. 찬 겨울공기에 내놓고 어서 식길 바라며 한스는 스키퍼에게로 다가갔다. 옆에 앉아 팔을 허리에 감자 역시 눈썹을 찡그리며 눈을 마주친다. 악당이 킥킥거리고 웃었다. 그 이상하리만치 음흉한 미소에 스키퍼가 눈치를 채고 묻는다.
“자네 혹시 아까 먹은 식사에 이상한 걸 넣었거나 하진 않았겠지.”
한스는 눈을 크게 뜨고 꿈뻑였다. 그것을 먹기 전에 빨리 알아챈 건지 아니면 이미 식사는 다 해놓고 말을 꺼내는 건 눈치가 느린 건지 애매했다. 한스는 점심에 대해서만큼은 결백했으므로 당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스키퍼, 네가 약을 먹었다면 벌써 효과가 나오고도 한참 지났을 텐데.
“멀쩡하잖아?”
스키퍼는 미심쩍었지만 정말로 본인은 멀쩡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불평하던 카푸치노를 한 모금 삼킨다. 기분 좋게 넘어가는 커피의 아로마에 그는 눈을 감았다. 확실히 식사도 그렇고…, 옆에 있는 것이 사이코 퍼핀만 아니라면 지금은 딱히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풍겨오는 바닐라 향이 그의 커피와 함께 그의 후각을 만족시켰다. 그건 곧 있을 디저트가 기대될 정도로 달콤한 향이었다.스키퍼는 커피를 내려놓은 채 아직 눈을 감고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뱉으며 원수 옆에서의 평화를 만끽했다.
눈을 뜨자 그 앞에는 한스가 있었다. 방금 전의 그와 같이 눈을 감은 한스는 고개를 기울이며 그에게 입을 맞추려 다가오는 중이었다. 스키퍼는 파드득 놀라 그를 밀치고 소파의 맨 끝으로 저만치 몸을 떼고서 멀어졌다.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난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 자네 그래서 눈을 감은 게 아니었나?”
“그럴 리가 있나!”
오, 그렇군. 한스는 스키퍼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와 가까워져 스키퍼의 손목은 한스의 손으로 감겨져있었다. 한스가 표정을 굳히며 스키퍼에게 조심히 다가왔다. 당황한 스키퍼의 눈은 흔들렸고 입술이 움찔거렸다. 한스는 시선을 낮게 깔며 더욱 천천히 그리고 진한 고동과 함께 다시 고개를 뻗었다. 조금만 더 다가선다면 두 입술이 맞닿을 참이었다. 그때 부엌에서 한스의 타이머가 울렸다. 벌써 시간이 됐네, 조금만 기다리라고.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일어났다. 긴장한 스키퍼는 고개를 푹 숙이며 달아오른 얼굴로 깊은 숨을 쉬었다.
한스의 손이 다시금 거품기를 돌리며 생크림을 저었다. 그는 잊지 않고 만약을 위해 묘약을 다시 한 번 섞는다. 그리고 휘핑된 크림은 쉬폰 시트에 유려하며 매끄럽게 발라지고 장식을 위한 바닐라 빈이 다소곳이 그 위에 올라갔다. 케이크가 완성이 되었다. 한스는 접시와 함께 소파 앞의 작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한 조각을 잘라 작은 접시에 담고서 포크로 집은 것을 달링의 입 앞으로 내밀었다. 됐네, 내가 알아서 먹겠어. 스키퍼가 포크를 빼앗아 케이크를 입 안에 넣었다. 한스가 빙긋 웃었다. 스키퍼의 목으로 삼켜지는 케이크가 만족스러웠다.
그가 케이크 한 접시를 다 비웠을 때쯤에 한스의 달링은 그 품 안에서 키스를 나눴다. 바닐라 크림이 둘의 입안으로 섞여들어 부드럽게 녹아 사라졌다. 한스는 입맛을 다시고는 미소하며 그 귀에 말을 떼지 못하는 달링 대신 속삭였다.
“그러게 진작 나들이와 점심식사를 해주지 그랬나.”
엄마, 우리 엄마(smotherly love)에피 바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