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마다코왈스킵)
[Trigger warning]
본 글은 사망의 소재가 서술되었습니다.
그는 아직도 보석 두 개를 가지고 있었다. 치열한 전투를 질리도록 치렀다. 병사들의 다리와 양팔들이 잘려나가고 모든 것을 빼앗긴 그 속에서도 그는 그것을 잃는 일이 없었다. 그에게서 더없이 소중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는 보다 높은 직급에 언제나 누리는 것과 유지할 것이 많았지만 그가 가진 것 중 내가 가장 탐을 내던 것이었다. 언제 어디서라도 보석은 빛이 났다. 반짝이는 것이 볼수록 곱기도 하고 유려해 늘 시선을 사로잡았다. 보석을 훔쳐보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많은 병사들이 그 빛깔에 욕심을 갖곤 했지만 어김없이 호된 말들 속에 눈을 떨구어야 했다. 나는 그 반짝임이 유독 내 속에서만 더 빛이 나길 몰래 바라고 있었다. 큰 욕심이 맞았지만 그에게 그 속물적인 눈빛이 닿는 일은 없을 테니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그의 예리한 감에 나는 얼마 안 가 훔쳐보는 것을 들키고 말았다. 그리고 연이어 내가 품은 욕심까지도 그 앞에서 들추어지고 있었다. 부끄러운 마음에 그가 보여주는 보석도 차마 마주할 수 없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것은 죄스러움이었다. 그는 내 사과에 이유를 모르겠다며 웃었다. 다른 병사가 아닌 나만을 그는 도닥여주었다.
전투는 또다시 일어났다. 포탄은 머리 위에서 터지고 발밑에는 병사들의 피가 고였다. 살덩이들이 날아다녔고 눈앞이 새까매질수록 난 그가 내게 보여준 보석을 떠올려냈다. 그럼 다시 한 발작을 내디딜 수 있었다. 오직 살고자 하는 마음이 그 보석의 투명함에 비치길 바랐다. 여기저기에서 비명과 고함이 들려왔다. 선두에 있던 그는 벌써 멀어져 점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다른 목소리로라도 전해지기 원할 명령을 따라 총을 붙잡고 급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
가까스로 멎은 전투는 모두가 서있던 곳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저 지옥이었다. 나는 어서 그 소중한 빛깔을 바라보며 안도하고 싶었다. 내 눈으로 다시 한 번 담게 된다면 순식간에 마음이 놓여 이곳이 지옥이던 상관하지 않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병사가 시체더미 중에서 그의 인식표를 찾았다고 했다. 그가 있었다. 전날 그는 나에게 모든 걸 다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나는 진창으로 더러워진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내 손끝에서 여전히 빛나는 두 보석은 감기었다. 눈꺼풀에 덮여 더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아직도 보석 두 개를 가지고 있었다.